1학년 1학기를 마치며(졸업생이 전하는 메시지)
김병수 (국어국문학과 22학번)
뱀띠,
칠십이니, 고희(古稀)란다.
방송대 문(門)을 두드렸으니
용기 있는 선택이라 하지만 이를 주책이라 한다.
시골 촌놈이 도회지로 유학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비가 오면
센티멘털 소년이 되어 밤길을 헤매고 낙서로 젊음을 태웠다.
시월유신.
이창준의 절필사가 아닌 낙서 짓을 그만하기로 하였다.
사회인으로 생활인으로 살다 보니
문학 소년의 꿈은 온데간데없었다.
직장 생활도 안정되고 정년이 가까워질 무렵
학창 시절에 못다 했던 그리움이 나를 부추기고 있었다.
시간 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끄적이고 흔적을 남겼다.
원고지 900쪽.
못난이가 거울 앞에 서기를 꺼리듯,
읽고 또 읽어보아도 어색하고 말이 안 되는 구절들이다.
직장 입사를 대비해 열심히 준비하였고,
신입 때에는 연수원에도 입교하여
업무 능력을 함양시켰던 기억이다.
전문인으로 양성되었으니
글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문학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문학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남들이 장에 가니 구덕 지고 따라가는 듯
염치없이 덤비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
‘국어국문학과’에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굴속이다.
형성평가 점수가 20점 배점이다.
한 과목당 1강에 60여 분, 15강.
듣기만 하면 20점 만점이다.
이게 왠 떡이냐?
하루에 5~6강, 7강까지도 듣고
4월 중에 의기양양 4개 과목을 마무리해 버렸다.
4과목 모두 20점은 확보했다. 얼씨구다.
출석 강의에 과제물 작성이다.
출석 강의도 화상 강의이고
과제물도 나름 적응력이 빠른 듯싶었다.
4과목 30점 만점에 평균 29점이 나왔다.
자랑하고 싶은 점수라 생각했다.
기말시험이 공지되었다.
출제 범위라고 구분해 주었지만, 교과서 전체다.
기출 문제도 확보해서 풀어보고 또 풀어보았다.
직장 승진시험 때 기출 문제의 덕을 톡톡히 본 처지라
이번에도 우습게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기초공사가 엉망이었다.
교과서도 무시했고 형성 강의도 대충대충.
'현대소설의 이해와 감상' 과목에서 제시된 14개의 작가와 작품도
서점에 가서 의기양양 구해서 띄엄띄엄 속독해 버린 것이었다.
생활 한문은 스터디 때 고전(古典)이니 하면서 투덜거렸다.
점수 따기인가?
월반하기 위한 것인가?
문학은 어떻게 알아가지?
회의(懷疑)에 젖어가기 시작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다시 시작하자.
교과서도 다시 읽고
강의도 두 번, 세 번.
저녁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잤다.
기말성적이 나왔다.
평균 86점이다.
어느 수준인지는 모른다.
과락은 면했다 싶다.
나이 칠십.
공부는 왕도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부산에서 교수로 봉직한 죽마고우 곽 박사가 이른다.
방송대 교수진이 서울대 못지않다.
교과서도 충실.
강의도 충실.
과제도 충실.
불평불만은 없고.
2학기에는
꼭 그리하겠다 다짐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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